
폐업했거나 매출이 꺾인 자영업자분들이 “새출발기금 조건”을 검색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어차피 3개월 이상 연체된 사람만 되는 거 아니야?” 그래서 아직 연체는 안 됐지만 곧 버티기 힘든 분들은 검색만 해보고 조용히 창을 닫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확히 반대인 경우가 있습니다. 연체가 한 건도 없는데 신청이 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연체를 했는데도 거절당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 둘을 가르는 걸까요? 새출발기금 조건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지금까지 알던 기준이 절반밖에 맞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새출발기금, 돈을 빌려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조건을 보기 전에 오해부터 풀어야 합니다. 새출발기금은 새로 대출을 내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사업자대출·가계대출의 상환기간을 늘려주고, 금리 부담을 낮추고, 갚기 어려운 분께는 원금 일부를 조정해 주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입니다.
대상은 코로나 전후인 2020년 4월부터 2025년 6월 사이에 사업을 영위한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상공인입니다. 휴업이나 폐업을 했더라도 이 기간에 사업을 했다면 대상에 들어갑니다. 다만 폐업한 ‘법인’은 신청할 수 없다는 점은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개인사업자는 폐업했어도 신청이 가능합니다.
새출발기금 조건의 핵심은 ‘두 가지 대상’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처음에 던진 질문의 답입니다.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은 두 종류로 나뉩니다.
첫째는 부실차주입니다. 금융회사 대출 중 하나라도 3개월(90일) 이상 연체된 분을 말합니다. 흔히 알고 있는 “연체자”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가 많은 분이 놓치는 부실우려차주입니다. 아직 장기 연체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곧 그렇게 될 위험이 큰 분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느 한 대출이라도 연체일수가 10일 이상 89일 이하이거나, 연체가 거의 없더라도 ① 폐업했거나 6개월 이상 휴업한 경우, ② 국세·지방세·관세 체납으로 신용정보에 등재된 경우, ③ 신용평점이 하위권인 경우 등이 포함됩니다.
즉, 연체가 전혀 없어도 폐업했거나 세금이 밀려 있다면 부실우려차주로 신청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연체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해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오히려 자격을 맞추려고 일부러 연체하면 뒤에서 설명할 심사에서 걸러집니다.
이 두 대상은 신청 창구도, 채무조정 방식도 다릅니다. 본인이 어느 쪽인지에 따라 받는 혜택이 크게 달라지므로, 이 구분은 따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대출까지, 얼마까지 조정되나
조건에 맞는 사람이라면, 그다음은 “내 대출이 대상이 되느냐”입니다.
사업·영업과 관련된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 대부분이 대상입니다. 한도는 총 15억 원으로, 담보 10억 원과 무담보 5억 원으로 나뉩니다. 주의할 점은 총액이 15억 원 안이라도 담보·무담보 각각의 한도를 넘으면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담보가 12억 원이면, 무담보가 3억 원으로 한도 안이어도 전체가 제외됩니다.
협약 금융기관의 카드론·카드대금·현금서비스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6개월 이내에 새로 받은 대출(전체의 30% 이하면 예외), 주택 구입 같은 개인 자산형성 목적의 대출 등은 제외됩니다.
조건을 갖춰도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건을 다 맞춰도 막히는 지점이 따로 있습니다. 이걸 모르고 신청했다가 거절되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먼저 업종입니다. 부동산 임대업, 사행성 오락기구 제조업, 금융업, 법무·회계·세무·의료 같은 전문직종은 소상공인 정책자금 융자 제외 대상이라 새출발기금도 지원이 어렵습니다.
다음은 미협약 금융기관 대출입니다. 새출발기금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금융기관(대부업 등)의 대출은 조정되지 않습니다. 협약 가입 여부는 새출발기금 홈페이지의 ‘금융기관 조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건을 통과하면 받는 혜택
조건을 충족하면 어떤 지원을 받을까요. 상환기간은 거치기간 최대 3년(신용대출 1년)에 최장 20년 분할상환(신용대출 10년)까지 늘어납니다. 부실우려차주는 주로 금리(이자)를 조정받고, 부실차주는 보유 재산을 반영해 원금을 0~80% 조정받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70세 이상 고령자 같은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중위소득 60% 이하이면서 총채무 1억 원 이하)은 순부채의 최대 90%까지 원금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또 신청 다음 날부터 추심이 중단되고 강제집행이 멈춘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상환기간, ‘최장 20년’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상환기간을 두고 흔히 “최장 20년”이라는 말만 기억하는데, 이 숫자는 담보가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담보대출은 거치 최대 3년에 분할상환 최장 20년까지 늘릴 수 있지만, 무담보 신용대출은 거치 1년에 분할상환 최장 10년입니다. 같은 새출발기금이라도 담보 여부에 따라 갚는 기간이 두 배 차이 납니다.
상환 도중 다시 어려워졌다면 재조정으로 상환을 유예하거나 기간을 더 늘리는 길도 있습니다. 다만 기간 조정은 본인에게 적용된 감면 구간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기간을 늘린다고 원금이 추가로 깎이는 건 아니라는 점은 구분해 두셔야 합니다.
마지막 관문, 도덕적 해이 심사
새출발기금은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도덕적 해이 심사를 합니다. 자격을 맞추려고 고의로 연체한 사람, 자산이 충분한데 소액 감면을 노리고 들어온 사람 등은 이 단계에서 신청이 거절됩니다. 앞에서 “일부러 연체하면 걸러진다”고 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약정을 맺은 뒤에도 정기적으로 재산을 조사해 은닉재산이 발견되면 채무조정이 무효가 됩니다.
정리하며
새출발기금 조건을 한 줄로 줄이면, 핵심은 ‘연체 여부’가 아니라 ‘부실차주냐 부실우려차주냐’입니다. 연체가 없어도 폐업·휴업·세금체납 같은 사정이 있다면 신청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본인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받는 혜택과 절차가 완전히 달라지므로, 새출발기금 부실차주와 부실우려차주의 차이를 먼저 확인하시고, 실제 신청은 새출발기금 신청에서, 원금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새출발기금 탕감 글에서 이어서 보시길 권합니다. 내 업종이 대상인지는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대출 제도로 오해하기 쉬운 점은 새출발기금은 대출이 아니다, 개인회생과의 차이는 새출발기금과 개인회생 비교 글에서 다룹니다.
새출발기금 지원 영위기간 등 세부 기준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신청 전 새출발기금 공식 홈페이지 또는 대표 콜센터(1660-1378)에서 최신 접수 현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콜센터 외 전화·문자는 보이스피싱일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